선출인단 이론 (승리연합)
때때로 자연 재해는 우리의 삶을 힘들게 합니다. 그런데 같은 자연 재해라 하더라도 정치 체제가 무엇인 가에 따라 그 피해가 달라질 수 있다고 합니다.
이 글에서는 게임 이론의 거장 중 한 사람인 뉴욕 대학교의 브루스 부에노 데 메스키타 등이 제시한 선출인단 이론(selectorate theory)을 토대로 하여 이 현상을 설명해 보고자 합니다.
선출인단 이론은 권력을 차지하는데 필요한 지지자의 규모를 승리연합(winning coalition)이라 부릅니다.
승리연합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다양하며 정치 체제의 형태를 그러한 요인들 중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독재 국가는 군부를 비롯한 소수의 엘리트만 내편으로 만들면 권력을 차지할 수 있으므로 승리연합이 협소합니다. 반면 민주주의 국가는 승리연합이 투표자나 선거인단, 또는 의석의 과반이 되어야 하므로 승리연합이 광범위합니다.
부에노 데 메스키타 교수는 이러한 승리연합의 차이로 인하여 국가가 위기대응 능력 면에서 차이를 드러낸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독재 국가는 평소 소수의 엘리트를 챙기는데 집중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회 인프라는 많이 낙후된 상태로 유지됩니다. 반면 민주주의 국가는 다수의 국민들을 챙기기 위하여 예산지출 면에서 가장 가성비가 좋은 사회 인프라의 공급과 유지에 많은 공을 들입니다.
그 결과는 자연 재해가 도래했을 때 확연한 차이로 드러납니다. 독재 국가는 대규모의 물적/인적 피해를 입게 되는 반면, 민주주의 국가는 상대적으로 소규모의 피해로 그치게 됩니다. 이러한 차이는 독재 국가가 소수의 지배 계급의 이익에 봉사하고 민주 국가는 다수의 국민의 이익에 봉사한다는 오랜 믿음을 확인시켜 줍니다.
물론 대다수의 사회과학 이론이 그렇듯이 모든 사례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져왔던 통념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증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학술적/정책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강력한 이론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일어난 홍수 피해로 인하여 많은 분들이 고통을 입은 적이 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이 피해를 회복하여 민주주의 국가가 지닌 저력을 보여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피해를 입고 힘들어 하실 많은 분들을 위해 기도 드리며 부족한 글을 마칩니다.
읽어드리는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2pP73LpTTQ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