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미어샤이머(John J. Mearsheimer)의 공격적 현실주의(Offensive Realism)
공격적 현실주의는 시카고 대학의 존 미어샤이머가 케네스 월츠와 스티븐 월트가 제시한 방어적 현실주의의 대안으로 제안한 이론입니다. 일반적으로 현실주의 패러다임을 공유하는 이론들은 각자도생의 세계에서 국가의 생존을 중시하는데, 방어적 현실주의와 공격적 현실주의는 이 생존을 어떻게 획득할 것인가에 대한 해법에서 차이를 나타냅니다.
현실주의 패러다임은 생존이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성취될 수 있다고 보는데, 첫째가 국력을 적대적인 국가의 침략을 무찌를 수 있는 수준까지 신장시키거나 자신을 보호해 줄 동맹에 가담하는 것이고, 둘째가 성장하는 잠재적 위협국을 선제공격하여 생존에 위협이 될 만한 요소를 사전에 제거하는 것입니다.
월츠가 국력을 강조하고 월트가 동맹을 중시하여 전자가 지니는 방어적 성격을 드러내는 반면 미어샤이머가 제안한 이론은 후자를 중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성격을 지닙니다.
다시말해 공격적 현실주의는 방어적 현실주의가 내리는 생존을 위한 처방이 적대적인 국가의 성장을 방치하여 오히려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을 유발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진정한 생존은 적대적인 국가의 역량이 아니라 적대적 국가의 존재 여부에 달려 있다고 본 것입니다.
공격적 현실주의 이론은 주류 이론들 중에서 최근 미국의 대중국 정책을 가장 잘 설명하는 이론이라 할 수 있으며, 특히 중국을 직접 때리는 것을 넘어 주변 국가들과 동맹을 맺어 중국 포위망을 형성하고 있는 현 상황을 효과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공격적 현실주의는 네가지 세부전략으로 구성되어있으며, 선제공격, 공갈, 미끼와 피, 출혈유도 전략이 그것입니다.
선제공격은 경쟁국의 자원이나 영토를 직접적으로 공격하여 상대로부터 이를 빼앗는 전략이며, 공갈은 상대방을 협박하여 자신의 의지하에 두고 지배하려는 것이 목적입니다. 두 전략은 그 동안 미국이 중국의 무역흑자를 문제삼고 또 이를 통해 중국에 대한 경제적 타격을 시도하는 형태로 구현된 바 있습니다.
한편으로 미끼와 피 전략은 둘 이상의 국가를 이간질하여 이들 사이에 갈등을 일으키는 전략이며, 그 옛날 중국이 '이이제이'라 부르던 전략과 유사한 성격을 가집니다. 마지막으로 출혈유도는 미끼와 피와 유사하지만 인위적으로 갈등을 기획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이미 존재하는 갈등을 확산시켜 목표가 되는 대상을 고립시키고 국력을 약화시키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들 전략은 과거 미국이 소련에 대항하여 아프가니스탄을 지원하거나, 현재 부상하는 중국에 맞서 호주, 일본, 인도, 대만 등과 연계하려는 움직임을 통해 구현되고 있습니다.
미어샤이머는 이러한 전략들이 필요한 이유로 바다가 지니는 천연 장벽으로서의 역할을 꼽습니다. 그에 따르면 전쟁의 핵심은 육군이며 육군은 상대의 수도를 점령하여 전쟁을 실질적으로 끝내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지구는 바다로 인하여 구획이 나누어져 있고 따라서 육군 전력을 전 지구에 고르게 투사하는데에는 어려움이 존재하므로 이 빈틈을 적대 국가가 있는 지역의 주변 국가를 최대한 활용하여 막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존의 세력균형 이론이 강대국이 강대국을 막는데 초점을 두고 있는 반면, 그의 이론은 강대국이 중소형 국가들을 활용하여 강대국을 막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이를 역외균형 이론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미어샤이머가 자신의 이론을 집대성한 책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을 발매한 2001년은 클린턴 정권이 막을 내리고 부시 행정부가 등장하던 시기로 여전히 중국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이 존재하였고, 중국과의 전면적인 충돌 자체가 어렵다는 인식이 지배적인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미어샤이머는 이 와중에 중국을 잠재적인 적대국으로 규정하고, 중국에 대한 적극적인 견제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는데 이러한 그의 주장이 오늘날에 와서는 미국 외교정책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세상은 항상 변하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이론은 고정된 영원불멸의 지식이 아니라 시대가 만들어내는 소산이라는 교훈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부족한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읽어드리는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9K6frliB2J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