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사

신냉전? - 냉전과 어떻게 다를까?

서희국제문제연구소 2022. 9. 14. 17:17
728x90

미중 무역전쟁에 더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하여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냉전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 아니냐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냉전은 과거 미국과 소련이 체제의 우월성을 두고 벌인 경쟁을 의미하며, 양 강대국 간에 직접적인 무력 충돌이 최대한 자제되었다는 점을 특징으로 합니다. 현재 진행 중인 미중 갈등, 그리고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 또한 직접적인 무력충돌 보다는 대리전이나 경제적 수단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성을 닙니다. 그러므로 이를 냉전에 비유하는 세간의 인식에는 분명 어느정도 타당성이 있습니다.

한편으로 두 갈등에는 차이도 존재합니다. 과거 미국과 소련은 군사, 경제, 이념의 영역에서 철저히 분리되어 있었습니다. 서독이 동독과 소련을 상대로 했던 동방무역 같은 예외 사례가 있긴 하지만, 미국과 소련은 세계를 둘로 나누고 분리된 블록 내에서 내부거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현대의 상황은 이와 다소 상이합니다. 미국과 중국은 여전히 경제적으로 거래하고 있으며, 양국간 무역량은 2021년 기준 무역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양국이 대만을 놓고 으르렁 거리는 와중에도 상품 거래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관련: https://www.statista.com/statistics/277679/total-value-of-us-trade-in-goods-with-china-since-2006/

그래서 대다수 학자들은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과거 미국과 소련의 관계와는 좀 다른 시각에서 보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한편으로 이들은 현재 상황이 냉전으로서의 성격 또한 약간이나마 나타내기에, 이를 '신냉전'이라 부를 것을 제안합니다.

신냉전은 과거와 비교했을때 다음과 같은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습니다.

공통점으로는 대립하는 강대국이 무언가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소 냉전의 경우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그리고 지정학적 요충지와 핵무기 보유고 등을 두고 경쟁했습니다. 이러한 경쟁은 미중 신냉전에서 자본주의와 개발권위주의, 그리고 경제적 우위와 기술 부문에서의 경쟁으로 변했습니다. 그러나 두 사례 모두 세계에서 가장 강한 두 국가가 자신의 위신을 상대보다 우위에 두기 위하여 경쟁하였다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국가는 자국의 지위를 향상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권력을 추구한다는 현실주의의 격언이, 두 사례 모두에서 드러납니다.

차이점으로는 대립하는 강대국 사이의 관계단절 여부와, 이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태도입니다. 미소 냉전의 경우 강대국 사이에는 갈등을 조절하기 위한 협상 외에는 외교라고 할만한 것이 많이 부족했습니다. 또한 동서 블록의 구성원들은 상호 적대시하는 관계 속에서 어느정도 세력 구도가 명확히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미중 신냉전의 경우 강대국 사이에는, 앞서 말씀드린바와 같이 여전히 많은 연결 지점이 존재합니다. 무역과 기후 등지에서 양국은 필요에 따라 협력하기도 합니다.

또한 주변 국가들은 특정 세력에 완전히 편입되는 것을 택하기 보다, 전략적인 모호성을 통해 갈등에 휩쓸리는 것을 꺼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인도가 그렇고, 한국이 때때로 그러하며, 일본도 이런 모습을 보인 적이 있습니다.

반응형

종합해 보면 신냉전은 갈등하는 두 강대국이 물리적인 충돌을 최대한 자제한 채 대립하고 있는 상황으로 요약해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들 사이의 관계에는 상호의존이라는 갈등의 억제 기제가 추가로 작동하고 있어 핵무기의 파괴력에 의존하던 과거의 상황과는 차이점도 보입니다.

"상호 연결된 두 강대국 사이의 우위 경쟁"

이 연결성이 신냉전을 과거의 냉전과 다르게 만듦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제정하고 중국과의 단절을 더욱 심화할 뿐만 아니라, 이를 대한민국과 같은 주변 국가들에게도 강요하고 있다는 점은 신냉전을 또 다른 냉전으로 변모시킬 수 있는 잠재적 환경을 제공합니다.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고 합니다. 그것은 인간의 원초적인 욕구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다만 그 욕구를 채우기 위한 수단에서 약간의 변화가 일어났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신냉전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입니다.

 

읽어드리는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HkMnHx0c3Uw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