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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와 북한에 존재하는 두개의 생명: 그들이 핵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 본문

국제시사

핵무기와 북한에 존재하는 두개의 생명: 그들이 핵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서희국제문제연구소 2022. 9. 1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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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는 북한 하면 떠오르는 이슈입니다. 북한은 한국전쟁 시기부터 오랫동안 핵무기 개발에 몰두해 왔습니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에 이르면서 북한의 핵개발은 진척을 보여왔으며, 2005년에는 핵무기 보유를 선언하고, 2006년부터 17년까지 6차례에 걸친 핵실험을 수행해 왔습니다. 핵무기를 실어 목표물까지 나르는 역할을 하는 추진체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여 왔습니다. 수십 차례에 달하는 미사일 발사는 이런 노력을 반증합니다.

 

미국과 한국의 역대 정권은 북한의 핵포기를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2000년에는 김대중 대통령이, 2007년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그리고 2018년에는 3차례에 걸쳐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켰고, 2019년에는 싱가폴과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이 이루어지며 비핵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이후 수십여 차례의 미사일 발사실험을 통해 지금까지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북한은 과연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까요? 이 질문을 요모조모 따져 보기 위해 준비했습니다.

 

북한이라는 나라에는 두 개의 생명이 존재합니다. 하나는 김씨 일가의 생명이고, 다른 북한이라는 나라의 생명입니다. 두 생명은 주기적으로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습니다. 핵무기는 이 두 가지 생명을 보전하기 위해 북한이 의존하는 최후의 수단입니다.

 

김정은 정권은 절대 권력을 누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실상은 상당히 불안한 기반 위에 서 있는 듯 합니다. 경제상황은 어려움이 많고, 정권에 대한 회의와 분노가 조금씩 쌓여 갑니다. 해결책은 요원해 보입니다. 북한의 잦은 인선 교체가 이를 반증합니다. 더군다나 정권 초기 김정은에게 아버지 세대부터 존재했던 군 지도부들은 김정은에게 위협이 되었습니다. 김정은에게는 대중의 불만과 지도부의 견제라는 이중의 위협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나라밖에서도 상황은 위태롭습니다. 국제사회의 제재는 이제 일상이 되었고, 혈맹을 자처하던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에만 의지하기에 현실은 너무 냉혹합니다. 외부에 적이 많으면 궁극의 무기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보통 이런 무기는 비쌉니다. 북한이 처한 경제적 상황을 고려할 때 이런 무기는 구하기도 쉽지 않지만, 유지할 방법도 요원합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김정은 정권의 생명과 북한의 생명을 모두 유지할 수 있는 수단으로 핵무기가 떠오른 것입니다. 핵무기가 일으키는 상호확증 파괴는 나의 생명을 담보로 상대방에게도 씻을 수 없는 피해, 혹은 그 이상을 입힐 수 있는 무기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핵무기가 가진 이러한 성격이 국제사회에서 북한이 생명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또 핵무기는 김정은 정권의 생명을 지키는데 도움이 됩니다. 그 동안 북한은 핵무기와 경제개발을 동시에 추진하는 병진노선을 추진해 왔습니다. 그런데 핵무기가 가성비는 좋지만, ICBM 개발 등이 함께 추진되어야 하는 이유로 그다지 저렴한 무기는 아닙니다. 이런 이유로 경제개발이 소홀해지면서 북한에서는 민심이 불안해져 왔습니다. 핵무기 완성은 북한 주민에게 이제 온전히 경제개발에 집중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게 합니다. 좀 더 나은 미래에 대한 기대감은 공격성을 누그러뜨립니다. 이점에서 핵무기는 김정은 정권의 생명을 지탱합니다.

 

핵무기는 군부의 힘을 빼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북한에서는 미사일 전력을 운영하기 위하여 조선인민군 전략군이라는 부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육군에서 분리되어, 군부의 주류에 해당하는 육··공군과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부대입니다. 이러한 조치를 통해 북한은 전통적 군대의 힘을 빼고, 새롭게 주류가 된 전략군을 중시함으로써 군 지도부 사이에 경쟁을 일으켜 권력이 중앙으로 집결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또한 북한은 핵무기 개발 과정에서 과학자 출신의 인사들을 중용하면서 군부가 가진 영향력을 축소해 왔습니다. 핵무기 개발이라는 명분을 통해 군인이 아닌 과학자에게 힘을 실어줌으로써 핵도 개발하고, 정권의 안정도 함께 도모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입니다.

 

북한에게 핵무기는 김정은 자신의 생명, 그리고 자신이 누리는 권력의 기반인 조선노동당과 북한의 생명을 보전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미국을 위시한 주변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북한은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이 비핵화 노선을 택한 이후 어떤 결과를 맞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코로나와 미국의 경제제재, 싱가폴·하노이 회담의 불분명한 성과는 김정은에 대한 내부의 정치적 압력을 다시 강화합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북한은 과연 비핵화를 선택할 수 있을까요?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아 보입니다.

 

국제사회에서 지금 북한이 원하는 것은 네 가지입니다. 자신을 국가로 인정해 달라, 핵보유국으로 인정해 달라, 경제발전의 기회를 달라. 그리고 여기에 더해 김정은의 권력이 유지될 수 있도록 보장하라는 것이 그것입니다. 이 모든 것에 대한 합의를 이루기에는 북한과의 신뢰 관계가 쌓이지 않았고, 또 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북한에게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반도는 아직 겨울입니다.

 

읽어드리는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qbWT_VwDz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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