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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사

북극이 열린다: 기후변화가 주는 역설적 기회

서희국제문제연구소 2022. 9. 15.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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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논쟁은 오늘만의 일이 아닙니다. 이것은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악화일로를 겪고 있는 인류의 난제입니다. 기후변화는 해수면 상승, 이상 기후와 같은 현상을 통하여 우리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줍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위기라 할 수 있지만, 누가 어디에서 살고 있는가에 따라 기회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오늘 이야기 드릴 주제는 북극의 빙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국제정치입니다. 북극은 두꺼운 빙하로 인하여 선박의 운행이 제한됩니다. 항해가 어려운 계절이 용이한 계절보다 깁니다. 북극을 뒤덮은 빙하는 서유럽에서 아시아로 향하는 물류 운송을 제약해 왔습니다. 서유럽에서 수에즈 운하를 거쳐 아시아로 넘어오는 노선은 북극을 가로지르는 노선에 비해 그 거리가 30%가량 깁니다. 긴 거리는 높은 물류비용을 의미하며 소비자에게는 추가적인 지출을, 그리고 기업에게는 사업 기회의 제약을 의미하게 됩니다.

 

그러나 빙하는 누군가에게 이익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북극 빙하를 국가 이익에 활용해 온 국가는 단연코 러시아입니다. 러시아는 50척이 넘는 쇄빙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는 타 국가를 압도하는 보유대수입니다. 한국의 경우 아라온호 1척을 보유하고 있고, 추가로 1척을 건조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일본도 쇄빙선을 건조중이며, 세계 각국이 쇄빙선 건조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노력이 러시아를 따라 잡을 것이라는 합리적 기대는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러시아는 쇄빙선을 이용하여 북극이 주는 자연의 이점을 활용해 왔습니다. 북극 항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쇄빙선이 필수적입니다. 쇄빙선은 선단의 선두에서 얼음을 깨며 앞으로 전진합니다. 그 결과 만들어진 물길을 따라 고객 선박이 이동하는 방식입니다. 그 동안 러시아는 쇄빙선 이용료 부터, 고객 선박에 탑승하는 일종의 항해 지도사 인건비 등 다양한 부문에 대한 비용을 청구해 왔습니다. 이러한 비용은 일종의 '통행료'로 작용하여, 러시아에게 이득을 주었습니다.

 

다시 기후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기후 위기에서 빙하는 주인공의 반열에 있습니다. 북극과 남국의 빙하가 녹으며 일어나는 해수면 상승은 태평양 등지의 섬국가들에게는 재앙과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해빙은 자연 생태계를 위협합니다. 녹아내리는 빙하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북극곰의 이미지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 줍니다.

한편으로 누군가에게 이 위기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해빙은 역설적으로, 그 동안 러시아의 횡포(?)로 북극 항로를 자유롭게 이용하기 어려웠던 국가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합니다. 해빙은 쇄빙선이나 항해 지도사 등 러시아가 통행료 명목으로 청구해 왔던 여러 서비스들을 쓸모없는 것으로 만듭니다. 이는 북극 항로를 사용하기 위하여 각국이 러시아에 지불했던 정치적/경제적 비용을 제거하는 동시에 북극 항로가 주는 단거리의 이점을 온전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합니다. 물류 비용은 감소할 것이고, 그 결과 소비자는 더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유럽의 기업에게는 아시아의 광대한 시장이 제공하는 기회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러시아를 제외하면 대다수 국가가 이익을 보는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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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에 제가 주목한 또 다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해빙으로 인한 북극 항로의 활성화는 그 동안 중국이 추진해 온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에도 위기와 기회를 제기할 것입니다. 일대일로는 유라시아 철도 노선과 남중국해-인도양을 잇는 해상 노선이 중심입니다. 중국은 이를 통해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거대 경제권을 구축하려 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유라시아를 관통하는 철도 노선이 핵심적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북극 항로는 이 계획의 변화를 불가피하게 합니다.

<중국이 추진 중인 일대일로>

새롭게 열릴 북극 항로는 서유럽이 중국이 제공하는 철도 인프라 없이도 아시아 지역과 왕래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 동안 일대일로는 중국의 국제정치적 영향력을 확산시키기 수단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아왔습니다. 유럽으로서는 중국과의 협력이 중요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중국이 주도하는 철도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으로 부터 취약해 질 수 있다는 부담을 내심 갖게됩니다. 이러한 의심은 러시아에 대한 가스 의존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면서 더 커지게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장기화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라시아 철도가 위기의 순간에는 오히려 애물단지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증폭시킵니다. 이 모든 의혹과 우려는 북극 항로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기대를 키웁니다.

 

미국/영국/호주 사이에 최근 체결된 AUKUS 협정도 이러한 맥락에서 볼때 함의가 있습니다. AUKUS가 중국을 견제하는 목적으로 체결되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경우에 따라 이 동맹은 중국과 접한 러시아를 견제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습니다.

<AUKUS(Australia-United Kingdom-United States) 동맹>

동맹이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이들 사이에 물리적 제약이 적어야 합니다. 영국/미국/호주는 중국을 둘러싸는 형태로, 바다를 낀 채 존재합니다.세 국가는 모두 해상세력으로, 바다를 통해 연결되어야 합니다. 영국과 호주가 수에즈 운하를 중심으로 연결되고, 호주와 미국이 태평양을 통해 연결됩니다. 영국과 미국 사이의 군사교류가 원활히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대서양 뿐 아니라 북극을 통해서도 연결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동맹 본연의 목적인 대중 경제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극 항로가 열린다는 것은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이들을 상대하려는 주변국들의 지정학적 환경에 심대한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연은 위기와 기회를 함께 제공했습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수적이지만, 한편으로는 홍수와 같은 재앙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빙하도 마찬가지입니다. 녹아내리는 빙하는 이를 둘러싼 국가들에게는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이것으로 어쩌면 인류에게는 많은 변화가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빙하는 2035년이 되면 완전히 녹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것은 북극 생태계에는 재앙이 될지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사태를 막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해야 합니다. ( 관련기사: https://mnews.jtbc.co.kr/News/Article.aspx?prog_id=pr10000403&strdate=20210106&news_id=NB11986949 )

 

녹아내리는 북극곰 터전…"2035년 해빙 사라질 것"

[앵커]보신 것처럼 북극의 찬 공기가 그대로 내려올 수 있었던 건 역설적으로 북극이 따뜻해지면 섭니다. 얼음이 녹아서 관측 장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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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편으로, 냉혹한 국제정치의 세계에서 우리는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 외에도 이면에서는 생태계적으로는 최악의 상황인 북극의 해빙에 대비하여 정치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것에는 이면이 있고, 그래서 한쪽에만 신경을 쓰다가는 준비되지 않은 반대 경우에 휩쓸릴 가능성이 언제나 존재합니다. 준비된 자에게 위기는 기회라는 상투적인 표현은 북극 항로개발 이슈에 있어서는 매우 시의적절한 격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위기와 기회 사이, 그것이 우리에게 무엇이 될지는 지금 부터가 결정합니다. 원치 않지만 이미 북극은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읽어드리는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WfQUpJt_42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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