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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국제문제연구소
지금 이 시점 푸틴이 원하는 것은 전쟁이 아니다(feat. 핵전쟁) 본문
금년 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여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대다수 국제정치학자들은 당초 이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기에 이번 사건은 한동안 국제정치학계에서 계속 회자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국제정치학자들이 푸틴의 침공 가능성을 낮게 본 근본적인 이유는 이 전쟁이 매우 비합리적인 성격을 갖기 때문입니다. 전쟁이 가져올 경제 제재와 서방 세계와의 관계 경색, 그리고 전쟁 결과에 대한 불투명한 전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틴은 전쟁을 택했습니다. 저는 이 문제가 러시아의 국내 정치적 이슈와 지도부의 낙관적 전망이 초래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와 같이 생각한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러시아는 표면상으로 민주적 절차를 밟고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권위주의적인 색채가 다분합니다. 1999년 옐친 대통령으로 부터 정치 권력을 인계받은 푸틴은 러시아의 실질적인 통치자로서 오랫동안 군림해 왔습니다. 권위주의 정권에 대한 반발을 관리하기 위해서 정부는 국민들에게 비전이나 실익을 제공해야 합니다. 아시아 지역에서 그 예를 다수 찾을 수 있는 개발독재가 그 중 하나입니다. 정부는 경제발전의 과실을 국민들과 나눔으로써 권력을 승인받습니다. 이 경우 많은 사례에서 국민들은 경제 상황이 양호하게 유지되는 한 비록 그것이 권위주의 정권이라 할지라도 이를 승인하고 동의함으로써 일종의 공생 관계를 맺개 됩니다.
러시아의 경우 푸틴이 취임한 이래 이렇다할 경제적 성과가 부재합니다. 그럼에도 푸틴이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푸틴이 러시아 국민들에게 비전을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비전이라 함은 과거 동로마 제국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러시아가 누렸던 과거 대제국의 영광을 다시 한번 부활시키겠다는 '강한 러시아'에 대한 열망입니다. 러시아의 국장에 그려진 쌍두 독수리는 과거 로마 제국의 상징이었던 독수리를 변형시킨 것입니다. 동로마 제국과 러시아 대제국, 그리고 뒤이은 소비에트 연방에 이르기 까지, 과연 이것이 오롯이 그들만의 역사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현재 러시아인들은 자신들이 국제사회에서 누렸던 거대한 존재감을 그리워 합니다. 이것은 비단 러시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과거 광활한 영토를 호령했던 고구려와 발해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 있습니다. 특히 국가의 영토나 역량이 소위 '잘 나가던 시절'에 비해 작다고 느껴질 경우 이러한 향수는 더욱 강해집니다. 푸틴은 바로 이러한 점을 자극하였고, 자신의 지도 아래 강한 러시아를 만들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했습니다. 실제로도 푸틴은 국제무대에서 다른 국가들에게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 내며 마초적이고 강한 인상을 심어준 바 있습니다. 국뽕(?)을 채워주는 지도자의 면모를 통해 국민들은 자부심을 느끼고, 이를 실천하는 주체인 정부와 지도자의 집권을 지지합니다.
그랬던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친서방 행보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이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그 동안 강인하고 굽힐줄 모르는 이미지를 표방해 왔던 푸틴에게, 과거 소련의 일부이자 지정학적으로도 중요한 우크라이나의 서방사회 편입은 국익상의 손실뿐만 아니라 푸틴 개인의 국내 정치적 타격을 의미합니다. 결국 푸틴은 자신이 표방한 강인한 마초의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전쟁을 택했습니다. 이 결정은 전쟁이 러시아에 초래할 손실을 고려할때 분명 비합리적인 결정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것이 푸틴 개인의 권력에 미치는 의미를 고려하면 반드시 그렇다고 볼 수도 없는 일입니다.
두번째 근거는 러시아 국내 정치의 의사결정 구조로 인한 것입니다. 러시아는 푸틴 한사람에게 많은 권력을 부여하는 정치적 의사결정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그 유명한(?) 러시아의 홍차가 상징하는 것 처럼 푸틴의 정적들이 기묘한 이유로 사라지는 상황 속에서 푸틴의 결정에 반발할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허점은 지도자가 어떤 결정에 대하여 낙관적이거나 강한 의지를 가질 경우 거대한 오판을 낳을 수 있습니다. 사회과학에서는 이를 집단사고(group think)라 정의하였으며, 과거 소련이 내린 아프가니스탄 침공 결정을 집단 사고가 일으킨 극적 결과물들 중 하나로 제시합니다. 관련논문: https://www.tandfonline.com/doi/abs/10.1080/13518040308430562?journalCode=fslv20
The soviet decision‐making for intervention in Afghanistan and its motives
The April 1978 Saur Revolution in Afghanistan changed the political shape of the country: in fact, it was the beginning and the end of the Marxist regime. The internal dispute between the Khalq an...
www.tandfonline.com
이 전쟁이 자신의 정치생명에 끼칠 영향을 고려해 볼때 푸틴의 전쟁 의지는 상당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에 푸틴은 전쟁의 결과를 매우 낙관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추론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푸틴이 처음 공격했던 지역이 키이우였기 때문입니다. 아래 링크를 걸어드린 기사의 삽화에서 보실 수 있듯이, 키이우는 국경 변방에 존재하는 우크라이나의 수도입니다. 우크라이나는 평지 지형이 많기 때문에 국경을 접한 벨라루스의 협조만 있으면 빠른 시일내에 화력을 집중시켜 점령을 시도해 볼만한 곳입니다. 참고자료: https://www.donga.com/news/Inter/article/all/20220403/112664572/1
러 키이우 퇴각·우크라 맹렬 반격…역력한 수개월 장기전 양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지 30여일이 지난 가운데 러시아가 뚜렷한 전술 변화를 내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북쪽 여러 도시에서 병력이 퇴각하고 있고…
www.donga.com
통상 전쟁이 시작되면, 수도의 점령과 지도자의 포획을 통한 항복교섭의 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초기 우크라이나를 공격했던 경로가 키이우였다는 점을 통해 푸틴이 전쟁을 빠르게 끝내고 싶어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키이우 함락은 우크라이나 지도부의 포획 또는 인접 국가로의 도주로 이어질 수 있었기 때문에 러시아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체를 손쉽게 접수할 수 있는 지름길(?)이었습니다. 키이우 함락이 지니는 의미를 볼때 푸틴이 전쟁 초기 이러한 판단을 내렸던 점도 이해가 갑니다. 또한 침공이 실제로 행해졌다는 점에서 푸틴이 이를 낙관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분명한 점은 러시아가 방어측이 아닌 공격측이라는 점입니다. 방어는 상대의 침략에 대한 피할 수 없는 선택입니다. 반대로 공격측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두고 따져본 후 전쟁이 아닌 다른 접근을 취할 수도 있습니다. 이 점을 고려했을때 푸틴의 침공 결정은 절박함이 아닌 낙관적 전망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국내 정치적 이해관계와 오판의 결과,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우크라이나의 항전이 의외로 매우 강했던 것입니다. 더군다나 도망갈 것이라 예상했던 우크라이나 지도부가 결사항전의 자세를 취하며 전쟁의 양상은 매우 다르게 흘러갔습니다.
오늘날에 이르러 러시아가 처한 상황을 돌아 보겠습니다. 처음 푸틴은 큰소리를 치며 전쟁을 시작했습니다. '우린 이 전쟁을 쉽게 끝낼 수 있을거야, 그리고 이 전쟁은 우리 러시아에게 이익이 돼' 이것이 푸틴이 대중에게 전한 메시지였고, 대중들도 이것을 지지했습니다. 전쟁 초기 러시아에게 제재가 가해졌지만 국민들이 크게 개의치 않은 것도 푸틴이 제시한 비전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큰소리를 치며 전쟁을 시작한 푸틴 입장에서 볼때 전쟁 초기에는 전쟁을 끝낼 명분이 없었습니다. 아무것도 얻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 푸틴과 러시아에게는 전쟁을 끝낼 명분이 있습니다. 아래 기사의 삽화는 2022년 9월 기준으로 러시아가 함락시킨 영토(빗살무늬처리된 지역을 제외한 붉은 부분)를 보여줍니다. 관련기사: https://www.fnnews.com/news/202209100706183691
개전 200일…푸틴, '노보 러시아' 복원 시도 vs. 만만찮은 우크라 저항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올해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오는 11일 개전 200일을 맞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사흘 만에 수도 키이우를 접수하려던 계
www.fnnews.com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러시아는 과거 2014년 획득했던 도네츠크와 세바스토폴 항을 잇는 신규 영토를 확보했고, 이는 상당한 이익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제 푸틴은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자 봐라. 비록 우크라이나를 모두 차지하지는 못했어, 하지만 우리가 차지한 영토를 봐. 이제 우리는 세바스토폴까지 기차를 타고 갈 수 있게 되었지. 결과적으로 볼때 우리가 이긴거야' 라고 말이죠.
장기화되는 전쟁은 필연적으로 국민의 반발을 일으킵니다. 미국 국민들도 미국이 처음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했을때 이를 열렬히 지지했습니다. 그러나 10년 간의 전쟁이 남긴 것은 마음의 상처와 경제적 손실입니다. 결과적으로 국민들은 부시 정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였고, 민주당 출신의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결과를 허용했습니다. 러시아에게도 마찬가지 결과가 기다릴지 모릅니다. 전선 유지를 위한 러시아의 징집이 강화되자 러시아 내부에서는 인접국으로의 도피 행렬이 이어지는 등 상당한 반발의 조짐이 보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전쟁을 지속할 경우 푸틴에게는 국내의 정치적 지지 기반 상실 가능성으로 말미암은 위협이 증대됩니다. 푸틴 또한 이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핵 카드를 꺼낸 것입니다.
그 동안의 역사적 사례를 보았을때 핵무기는 공격 무기가 아닌 방어 무기로 활용되어왔습니다. '상호확증파괴(MAD)'라 불리는 재앙적인 핵전쟁 시나리오는 역설적으로 강대국 사이의 전쟁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되어왔습니다. 핵전쟁이 불러올 파멸적인 결과가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관련글: https://seohee2022.tistory.com/7
상호확증파괴(MAD)가 뭔가요? : 핵무기가 주는 역설적 평화
옛날에 우리 어른들은 너죽고 나죽자라는 표현을 많이 쓰셨더랬죠. 이런 표현은 국제정치에서 실제로 개념화되었는데요, 영어로는 MAD라는 약자로 표현됩니다. Mad의 사전적 의미로는 미친, 몸시
seohee2022.tistory.com
핵전쟁 위협과 더불어 푸틴은 점령한 러시아 지역들을 자국 내 영토로 편입하는 주민투표를 실시하였는데요, 이 두가지 행위가 합쳐질 경우 '새롭게 편입된 자국 영토를 방어하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라는 일종의 방어 논리가 만들어집니다. 이 논리는 서방 세계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합니다. '우크라이나가 더 이상 러시아가 차지한 영토를 수복하지 못하도록 막아, 그렇지 않으면 진짜 핵전쟁이 일어날지 모른다구.' 전쟁 기간 동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계속해서 협상을 해 왔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상황을 고려할 때 협상은 지지부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때문에 러시아는 이제 우크라이낭의 동진을 막기 위하여 서방 세계와 미국으로 시야를 돌린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우크라이나가 서방 세계의 설득을 수용할지에 대한 의문입니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지금 종전을 택할 경우 젤렌스키를 비롯한 현 지도부는 영토 상실에 대한 과오를 지게 됩니다. 씻을 수 없는 치욕으로 두고두고 역사책에서 회고되겠죠. 이러한 점을 고려할때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중단할 가능성 또한 낮습니다. 더군다나 우크라이나는 지금 전쟁에서 상당히 유리한 상황에 있습니다. 서방의 지원도 든든합니다.
그러므로 현재의 상황에서 칼자루를 쥔 것은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 국가들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바이든 행정부의 최근 행보는 오히려 우크라이나의 편을 들어주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우려스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외교의 세계는 항상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기에, 반드시 지금의 상황이 비극을 낳을 것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과거 쿠바를 둘러싸고 미국과 소련은 핵전쟁의 위협을 거론하며 치열한 설전을 벌였지만, 이면에서는 협상과 첩보전을 통해 상대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애썼습니다. 종합해 볼때 핵무기 카드를 꺼낸 푸틴의 선택은 확전이 아닌 전쟁의 마무리를 목표로 하는 벼랑끝 전술(brinkimanship)이라 보는 것이 더 타당하며, 미국과 서방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보다 유화적인 자세를 취하도록 하려는 다소 투박하지만 결코 무모하다 볼 수 없는 협상 전략의 일종으로 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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